
제주의 북쪽은 여행의 출발점이자 일상의 중심이다. 공항과 가까워 접근성이 뛰어나고, 맛집과 카페, 전통시장, 해안 산책로까지 모두 도심 속에 녹아 있다. 그중에서도 제주시 중심부와 용두암, 탑동해변 일대는 하루 일정으로 둘러보기 좋다. 이번 글에서는 북부 제주의 대표적인 여행 코스와 숨은 맛집, 여유로운 바다 산책 루트를 소개한다.
제주시 도심의 시작, 바다와 어우러진 하루
제주 북부 여행의 중심은 단연 제주시 도심이다. 공항에서 차로 10분 남짓이면 도심에 도착할 수 있어, 도착 직후 혹은 출발 전에도 가볍게 들르기 좋다. 이곳은 화려하진 않지만 생활의 온기가 느껴지는 도시다. 탑동해안도로를 따라 걷다 보면, 멀리 바다 위로 비행기가 이륙하는 모습이 보이고, 길가에는 낡은 건물과 세련된 카페가 나란히 자리한다. 도시와 자연이 맞닿아 있는 풍경이 제주 북부만의 매력이다. 가장 먼저 들를 만한 곳은 탑동광장이다. 바다와 맞닿은 광장에는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해질 무렵이면 노을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도, 그 안에는 묘한 따뜻함이 있다. 바다를 따라 걷다 보면 용두암 방향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이 코스는 아침 혹은 저녁 산책으로 인기가 높으며, 시간대마다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도심 한복판에는 제주 중앙로 거리가 있다. 오래된 서점, 수공예 소품점, 커피로스터리들이 늘어서 있으며,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감각적인 카페가 숨겨져 있다. 특히 ‘연북정거리’ 일대는 젊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지역으로, 낮에는 브런치를 즐기고 밤에는 와인바로 변하는 매력적인 공간이 많다. 이 일대에서는 도심의 분주함 속에서도 제주 특유의 느긋함이 느껴진다. 차를 세워두고 천천히 걸으며, 카페 창가에 앉아 사람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한 장면이 된다.
제주시 맛집 탐방, 현지인들이 사랑하는 식탁
제주 북부의 매력은 단연 맛이다. 도심 곳곳에는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담긴 식당이 많다. 관광객에게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는다면, 현지인들의 발길이 잦은 제주시 맛집 거리를 중심으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 먼저, 아침 시간에 방문하기 좋은 곳은 돈사돈 본점이다. 제주 흑돼지를 두툼하게 구워내는 곳으로, 돼지고기 본연의 맛이 살아 있다.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의 향이 퍼지면, 여행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돼지고기를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면 육즙이 터지며 단맛이 감돈다. 점심에는 자매국수 본점을 추천한다. 진한 멸치육수에 삶은 고기와 면이 어우러진 돼지고기국수는 제주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이다. 허름한 외관이지만, 국물 한 숟가락에 담긴 깊은 맛은 수많은 단골을 만들었다. 제주 사람들은 이곳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며, 여행객들 역시 한 번 맛을 보면 잊기 어렵다. 바다 근처로 이동하면 노형동과 이호테우 해변 주변 카페 거리가 펼쳐진다. ‘카페델문도’, ‘테라로사 제주점’, ‘리틀이태리’ 등은 브런치 메뉴와 커피, 디저트로 유명하다. 창가 자리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커피 한 잔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그 순간, 제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유가 찾아온다. 저녁에는 해안동 해녀의집이나 용두암 인근 해물탕집을 추천한다. 신선한 전복, 소라, 문어가 들어간 해물탕은 보기만 해도 푸짐하다. 매운 국물 한입에 몸이 따뜻해지고, 제주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번진다. 그날 잡은 해산물로 만든 회 한 접시를 곁들이면 하루의 피로가 말끔히 사라진다.
용두암과 이호테우 해변, 북부의 바다를 걷다
제주시를 대표하는 자연 명소는 단연 용두암이다. 머리를 든 용이 바다를 향해 날아오르는 듯한 바위 형상이 인상적이다. 오래전 전설에 따르면, 하늘로 승천하려던 용이 벼락을 맞고 바위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바라보는 용두암은 단순한 바위가 아니라 신비로운 존재처럼 느껴진다. 용두암 주변에는 바다를 따라 조성된 탑동해안 산책로가 이어진다. 낮에는 가족 단위의 여행객들이, 밤에는 노을을 보려는 연인들이 모여든다. 바다 위로 떨어지는 석양이 용두암의 실루엣을 붉게 물들이면, 누구나 발걸음을 멈춘다. 바람이 부는 소리와 파도 부딪히는 소리가 마음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이호테우 해변도 놓칠 수 없는 명소다. 제주시 도심에서 15분 정도 거리로, 제주 유일의 말등대가 있는 해변으로 유명하다. 해질 무렵, 붉은 말과 흰 말 등대 사이로 석양이 떨어지는 풍경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름답다. 이호테우 해변은 물이 얕고 모래가 고와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으며, 여름철에는 해수욕과 수상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해변 주변에는 작은 수제버거집과 해산물 파스타 전문점, 해변 루프탑 카페가 줄지어 있다. 그중 ‘이호루프가든’은 바다 위에서 노을을 바라보며 맥주 한잔하기 좋은 곳으로 유명하다. 밤이 되면 탑동에서 용두암까지 이어지는 산책로에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며, 조용한 밤바다를 따라 걷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진다. 북부의 바다는 화려하지 않지만, 그 안에는 제주 본연의 평화가 있다.
제주 북부 여행은 화려한 관광지보다 일상 속의 제주를 느끼게 해준다. 도심과 바다가 맞닿은 풍경, 따뜻한 밥 한 끼, 노을이 물드는 바다. 그것들이 어우러져 북부만의 매력을 완성한다. 여행의 마지막 날, 혹은 첫날을 이곳에서 보내보자. 제주의 시작과 끝은 언제나 제주시의 바다에서 가장 아름답게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