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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독특한 숙소 탐방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by 키위스위티 2025. 6. 30.

온천 호텔

여행에서 숙소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를 가장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특히 아시아의 숙소들은 각국의 전통과 자연,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그대로 묻어 있습니다. 일본의 정적인 료칸, 인도네시아의 자연과 조화를 이룬 발리 숙소, 태국 치앙마이의 소박하면서도 감성적인 게스트하우스까지. 이 글에서는 단순히 잠만 자는 공간이 아닌, ‘기억이 되는 공간’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본 료칸 – 조용한 사치, 시간을 쉬게 하는 공간

일본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정갈함’입니다. 일본 전통 숙소인 료칸은 이 정갈함을 극대화한 공간입니다. 도착부터 모든 게 다릅니다. 신발을 벗고 실내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료칸은 하나의 리듬을 제시합니다. 걸음은 느려지고, 말소리는 작아지고, 마음은 차분해집니다.

특히 료칸에서 제공되는 ‘가이세키 요리’는 숙박을 넘은 하나의 문화 체험입니다. 계절별 식재료로 정성스럽게 준비된 여러 코스 요리는 마치 예술작품처럼 플레이팅되어 나옵니다. 음식을 눈으로 먼저 감상하고, 향기를 느끼며, 천천히 음미하게 됩니다. 빠르게 먹고 나가는 식사가 아닌, 시간을 들여 대화하며 즐기는 식사입니다.

온천 역시 료칸의 핵심입니다. 노천탕에 들어서면 하늘을 올려다보며 온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겨울엔 눈이 내리는 풍경 속에서, 봄에는 벚꽃 아래서, 여름엔 매미 소리를 들으며, 가을엔 단풍 아래에서 즐기는 온천은 계절마다 다른 기억을 남깁니다. 많은 료칸들이 산 속, 강변,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주변 풍경마저도 특별합니다.

료칸은 시설보다 분위기를 팝니다. 인터넷이 느리거나, 엘리베이터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불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불편함마저도 공간에 녹아들어 조화롭습니다. 하루쯤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물소리와 다다미 냄새, 조용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장소. 그것이 료칸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요?

인도네시아 발리 – 자연에 둘러싸인 느린 호흡의 공간

발리는 참 묘한 여행지입니다. 너무 유명해서 뻔할 것 같지만, 막상 가보면 예상과 전혀 다른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숙소는 발리 여행의 중심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급 리조트부터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빌라까지, 공간 하나하나가 자연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붓 지역은 예술과 자연, 명상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숲과 논, 절벽을 따라 늘어선 숙소들은 대부분 개별 풀이 있는 빌라 구조입니다. 아침이면 새소리로 눈을 뜨고, 문을 열면 안개 낀 논이 펼쳐져 있죠. 그 풍경 속에서 조용히 요가를 하거나, 책을 읽으며 보내는 하루는 그 어떤 관광보다도 여행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발리 숙소의 특징 중 하나는 ‘경계가 없다’는 점입니다. 욕실 벽이 없고, 거실과 마당이 연결되어 있으며, 수영장과 침실 사이에도 문이 없습니다. 그 덕분에 실내에서도 늘 자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샤워를 하면서 바깥 숲을 바라볼 수 있고, 침대에 누워 달빛이 들어오는 걸 그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현지 직원들과의 교류도 인상적입니다. 그들은 투숙객을 단순한 손님으로 대하지 않고, 친구처럼 맞이합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면 “오늘 어땠어요?”라며 웃으며 말을 건네고, 아침이면 정성스럽게 만든 바나나 팬케이크를 가져다줍니다. 그 속에서 발리는 단순한 휴양지가 아닌 ‘사람이 사는 곳’으로 다가옵니다.

TV도, 시끄러운 음악도 없는 발리 숙소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 자체로 치유입니다. 물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조차도 평화롭게 들리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출 수 있습니다. 발리는 우리에게 조금은 천천히 살아도 괜찮지 않나요?”라고 물어봅니다.

태국 치앙마이 – 익숙하지만 새로운, 여행과 삶의 중간지점

치앙마이는 특별한 도시입니다. 방콕처럼 번잡하지도 않고, 푸껫처럼 관광지 중심도 아니지만, 여행자가 가장 오래 머무는 도시 중 하나입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치앙마이는 ‘여행지 같지 않아서 좋다’는 점입니다.

이곳의 숙소는 대부분 작고, 따뜻하며, 현지 느낌이 가득합니다. 나무 가구와 패브릭, 흙벽과 조명 하나까지도 손길이 느껴집니다. 대형 호텔보다는 5~10객실 규모의 소형 부티크 숙소나 게스트하우스가 많고, 이름보다 분위기로 기억되는 공간입니다.

님만해민이나 올드타운에는 아기자기한 숙소들이 몰려 있습니다. 마당에 커다란 망고나무가 있고, 그늘 아래 해먹이 걸려 있고, 아침이면 로컬 카페에서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습니다. 심지어 숙소 고양이와 하루를 보내는 게 일정의 전부인 사람도 있을 만큼, 치앙마이 숙소는 ‘그냥 머무는 것’ 자체가 여행이 되는 장소입니다.

치앙마이 숙소는 장기 체류자에게 특히 인기인데, 그 이유는 단가가 합리적이고 주방이나 세탁시설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노마드나 은퇴자들이 이 도시에 머물며 몇 주, 혹은 몇 달을 보내기도 해요. 실제로 많은 이들이 “하루만 더…” 하다 결국 한 달을 보내곤 합니다.

치앙마이의 숙소에서는 여행과 삶의 경계가 사라집니다. 매일 새로운 곳을 찾지 않아도, 낯선 일상을 살아도, 그 자체로 만족스럽죠. 이곳의 숙소는 그렇게 조용히, 하지만 깊게 사람의 마음에 들어옵니다. 꼭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공간. 그게 바로 치앙마이 숙소입니다.

아시아는 너무 넓고, 각 나라마다 다르지만, 이 세 나라의 숙소는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머무는 것 자체가 하나의 여정이 된다는 것. 일본 료칸에서는 과거의 시간을, 발리에서는 자연과의 조화를, 치앙마이에서는 삶과 여행 사이의 균형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약 여행의 속도를 늦추고, 한 공간에서 기억을 남기고 싶다면, 다음 아시아 여행에서는 이색 숙소에 머물러보세요. 장소가 아닌 시간 그 자체로 기억될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